국내 기업 200곳, 글로벌 공시 기준에 미달…ESG Book 국내 상륙
정준희 대구대학교 교수는 지난 18일 BDO성현회계법인이 주최한 ‘ESG 데이터 프로세스 고도화’ 세미나에서 국내 기업 200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에 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들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발표한 기후 관련 공시(IFRS S2)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SSB 기준은 기업의 ESG 정보를 지배구조와 전략, 위험 관리, 지표 및 목표라는 4개 사항에 맞춰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정 교수는 국내 기업의 공시가 지배구조에 집중되어 있으며, 위험 관리에 관한 공시율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배구조 부문은 기업이 어떤 의사결정 및 실행 절차를 통해 기후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고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국내 기업의 정보공시,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전략 공개해야
국내 다수 기업들은 ESG위원회의 창설을 발표했으나, 해당 기관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시는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S2 기준서의 지배구조 부문은 7개의 세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해당 주제 중에서 1개 이상 공시한 기업은 74%였으나 모든 항목을 공시한 기업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감독하는 의사결정기구의 명칭이나 구성원의 신원을 공시한 기업은 72%로 가장 높은 공시율을 기록했다. 반면, 해당 기구가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목표 설정과 이행 과정에 대한 관리와 감독 방법, 성과 지표가 구성원에 대한 보상 정책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시율은 10%에 그쳤다. 해당 기구가 관리와 감독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는 방법을 공시한 기업은 26% 수준에 불과했다.
S2의 전략 부문은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는 것으로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전략과 의사 결정 ▲재무상태와 재무성과, 현금흐름 ▲기후회복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는 5개 세부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1개 이상 공시한 기업은 68%였지만 전체를 공시한 기업은 18%였다. 주요 공시 주제는 해당 기업이 식별한 기후 관련 위험이 물리적 위험인지 전환 위험인지를 밝히는 여부로 63% 기업이 공시했다.
다만, 기후 위험과 기회가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시는 7%로 공급망 정보의 공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배구조와 전략과 같은 대분류 항목인 지표 및 목표 부문의 8개 상세 주제를 살펴보면,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이 38%, 스코프 1, 2, 3 배출량 집약도를 모두 공시한 기업은 24%로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도 강화돼야 하는 상황이다.
전략과 의사결정은 7개 세부 주제로 구성됐으며 1개 이상 공시한 기업은 90%였고, 전체 주제를 공시한 기업은 39%였다. 기업이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자원을 얼마나 배분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시율은 18%, 배분 방식을 공시한 기업은 12%에 그쳤다.
기후 관련 재무상태는 6개의 세부 주제 중 1개 이상 공시한 기업은 7%에 불과하여, ESG가 기업의 재무 영역에 통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가 재무성과와 현금 흐름에 미친 영향, 기후 관련 대응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 원천에 대해 공시한 기업은 3%를 넘지 못했다.
ESG Book 공시 플랫폼 활용해 ESG종합관리시스템 만들어야
행사를 주최한 BDO성현회계법인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로벌 지속가능성 데이터 및 기술 기업인 ESG Book의 정보 공시 플랫폼을 국내 기업이 활용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정보의 수집부터 분석, 정보의 공개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한다.
정종철 BDO성현회계법인 ESG센터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글로벌 공시 기준에 맞는 정보 공개를 요구함에 따라 ESG Book의 플랫폼을 활용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 센터장은“ISSB의 공시 기준도 TCFD와 SASB와 같은 글로벌 공시 기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시 기준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 및 관리할 수 있는 도구인 ESG Book의 정보 공시 플랫폼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Book은 기업의 공시 정보가 GRI와 SASB, TCFD 기준에 대한 부합도가 각각 몇 퍼센트인지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정종철 센터장은 “ESG Book은 AI를 통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포함해 공개된 기업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데, 국내 2000개 상장회사 중 160여 개 기업의 정보만 수집되어 있다”며 “이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국내 기업 중 영문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중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만을 수집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 및 평가사들로부터 지속가능성 성과를 높게 평가 받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SG Book은 TCFD와 SASB의 기준 등 글로벌 주요 공시 기준을 바탕으로 460여 개의 데이터 값을 추출해냈다. 정 센터장은 “ESG 관련하여 국내외로 4000개가 넘는 지침과 규정이 있는데, 기업의 ESG 실무자가 이를 다 학습하여 대응할 수는 없다”며 “ESG 종합시스템을 기업별로 구축하여 ESG 평가 점수, 온도 점수, 컨트로버시 이슈, 동종 업계 비교 등 관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Book은 초안 단계(Draft state), 1차 검토 단계(Review State), 2차 검토 및 공시 단계(Complete State)로 구성되어 있다. 실무자는 초안 단계에서 ESG Book의 400여 개 질문에 따라 정보를 입력한다. 자동 입력 기능도 활용할 수 있으나 별도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보 입력이 끝나면, 담당자가 해당 정보를 검토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담당자는 수정 버튼을 눌러서 누락된 내용이나 잘못 기입된 내용을 확인한 후 저장할 수 있다.
‘Complete State’ 단계에서 검증(Verify)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정보는 ESG Book에 전달되고 검토된다. 검토는 정보 오류나 미디어에 노출된 뉴스 정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검토 기간은 1~2주 정도다.
마지막 단계에서 기업은 정보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프라이빗(Private)’ 버튼과 ‘퍼블릭(Public)’ 버튼이 있는데, 전자는 기업이 원하는 조직에만 권한을 허용하여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ESG Book 이용자들 전체에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ESG Book은 개별기업이 사용하는 것은 무료지만, 공급망 내 협력기업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평균값을 관리하는 등 부가적인 기능을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출처 : 국내 기업 200곳, 글로벌 공시 기준에 미달…ESG Book 국내 상륙 < Environment < 기업 < 기사본문 – IMPACT ON(임팩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