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中企기술’ 탈취땐 최대 5배 손배
플랜트엔지니어링 제조 중소기업 한진엔지니어링은 2018년 석탄화력발전소의 옥내 저탄장(석탄저장시설) 비산먼지 저감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술유출 분쟁이 회사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허인순 한진엔지니어링 대표는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 등이 현장에 이 설비를 적용하겠다며 원천기술을 요청한 뒤 이를 계획적으로 탈취해 특정 업체 밀어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남동발전은 현재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며 양측은 최근 2년간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의료·문진·정밀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매일 개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골라주는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기술의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두고 롯데헬스케어와 갈등이 시작된 것은 올해 1월. 롯데가 투자·파트너십을 빌미로 자사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했다는 게 알고케어 측 주장이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가 사업 협력을 제안하며 경쟁 상품을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했지만 도용 제품을 개발해 CES 2023에 전시했다”고 했다. 롯데는 결국 6개월 만에 알고케어와 합의해 ‘영양제 디스펜서’ 판매 사업을 철수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탈취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자 당정이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배소 상한선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당정은 7일 국회에서 스타트업 기술탈취 예방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었다”며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전면 개정하고 기술탈취 징벌적 손해배상 상한선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탈취와 분쟁에 따른 중소기업의 상담 요청 건수는 매년 6000건이 넘는다. 중기부 실태조사로 확인된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 사례는 2021년 기준 33건, 피해액은 189억4000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피해를 인지했거나 기술침해가 발생한 중소기업 사례는 280건, 기술유출·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달했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는 “대기업은 수년의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개발비에 비해 배상액은 전혀 부담되는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반면 소송 과정에서 피해 중소기업은 경영과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워 회사가 망하거나 경쟁에 뒤처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기술탈취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고 소송으로 구제받기도 힘들다고 호소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에서 중소기업 패소율은 2018년 50.0%에서 2019년 60.0%, 2020년 71.4%, 2021년 75.0%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승소율로 본다면 10곳 중 3곳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중기부, 특허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는 사전예방부터 조사·수사·분쟁조정과 사후구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대한 정책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40775?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