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벤처혹한기에 ‘모태펀드서 민간투자 전환’ 걱정 앞선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이달 13일 ‘제1회 창업·벤처 정책나눔 협의회’에서 이영 중기부 장관에게 이같이 말했다. 단호한 말에 긴장감이 흘렀다. 지 회장은 전날 이뤄진 중기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민간투자 전환 방침을 모태펀드 축소 기조로 읽은 듯 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이 관련 브리핑 후 ‘긴축재정으로 모태펀드 출자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정부가 투입하는 양이 줄어들 수 있다”며 “벤처 생태계 조성이 민간 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정책 방향”이라고 말한 점이 우려를 키웠다.
물론 모태펀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건 정책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문제는 시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고물가 기조에 산업 전반에서 투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벤처혹한기다.
이영 장관은 민간 투자 생태계의 전환 적기가 지금이라고 언급했다. 파장이 큰 만큼 중기부 단일 부처의 판단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관계에서는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기조에 발을 맞춘 재정당국 입김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간 주도 성장이란 규제완화 즉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기업 성장동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 단계적으로 정책자금 투입을 줄여나가는 게 맞다. 이같은 시점이 오지 않았는데 모태펀드에서 민간투자로의 전환을 밝히다보니 지원 축소 우려가 커졌다.
사실 민간 주도 성장과 재정지원은 별개의 문제다. 금융정책 시각이 강하게 반영됐다. 이 때문에 중기부가 힘의 우위에서 밀려 정책에 금융당국 의견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적기라는 판단이 자체 결론이라면 더 큰 논란이 남는다. 현 경기 여건에서 민간 투자 유도를 기대하긴 어렵다. 적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급하게 정책을 전환하면 벤처 활성화 목적의 정부 지원 축소를 예상한 민간은 오히려 투자에 인색하게 나올 수 있다. 악순환이다.
시기가 맞지 않는 정책은 후폭풍이 강하다. 걱정이 앞선다.
출처 : https://www.news1.kr/articles/?474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