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벤처캐피탈이 설립 22년만에 ‘심사역 공채’ 카드 꺼낸 이유
‘투자할 곳은 늘어나는데 심사할 전문인력이 없습니다.’ 스타트업들이 개발자 인력난을 겪고 있다면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 등투자사들은 심사역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투자시장 확대와 함께 신설 VC·AC가 증가한 가운데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한 전문인력 수요도 커지면서다. 심사역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지자 VC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공개채용에 나서는가 하면 자체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AC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VC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투자심사역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이 회사가 1999년 설립된 이후 심사역 공채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 대상은 1~3년차 ‘주니어’급 심사역이다. 경력직 이직이 아닌 심사역 공채는 업계에서도 드문 경우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이번 공채는 투자규모와 영역을 확대하면서 분야별로 전문인력이 필요해서다. 이 투자사는 올해 운용자산(AUM) 규모가 1조2000억원까지 커졌다. 투자 분야도 게임·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여러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운용규모가 1조원을 넘어가면서 올해 초기투자팀과 사모펀드(PE)팀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투자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 내년에는 임팩트 투자 영역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VC협회 전문인력 수료자 두 배 늘어…투자사,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속속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벤처캐피탈은 2018년 133개에서 올해 9월 말까지 187개로 증가했다. 이 투자사들의 납입자본금은 1조6156억원에서 2조원대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전문인력은 982명에서 1235명으로 늘었다. 매년 50~100여명 정도가 전문인력으로 자격을 부여받는다. 투자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최근 투자자금과 투자할 스타트업이 급격하게 늘어난 탓에 업계 인력 수요를 전부 채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벤처투자시장의 인력 수요와 코로나19(COVID-19) 상황에 맞춰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운영하고 있다. 매 분기 진행하던 정기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지방 기관과 연계해 지역별 추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매년 500여명이었던 교육 수료자 숫자는 올해 900여명까지 늘어났다. 수료자들은 모두 전문인력 자격(라이센스)을 부여받는다. 손필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연수원 팀장은 “기존 합숙교육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하고,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료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자격 획득 후에 실제로 투자업계에 진입하는 인력도 예년보다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업팀을 발굴해 육성·투자하는 AC는 필요한 전문인력을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 대표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임팩트 투자·육성에 특화한 실무교육 프로그램인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코스’를 운영 중이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육성하는 전문 분야다.
퓨처플레이는 초기 투자심사역 교육 프로그램인 ‘심사역 스쿨’을 준비 중이다. 산업계 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내년 1월 중순 첫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우수 수료자에게는 퓨처플레이를 포함, 국내 AC·VC에 추천하는 역할까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121209362226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