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년 만에 반등해도…“초기 스타트업 투자 늘려야”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 9.5% 증가…민간투자는 25.1% 감소
펀드 결성 금액 19% 감소…초기 스타트업 투자 17% 줄어



지난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투입한 금융 규모는 2조4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으나, 민간 부문 투자는 8조1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감소했다.  대규모 모태펀드 투입으로 벤처투자 규모가 반등에 성공했으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저조하다.  1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약 1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벤처투자 규모는 2020년 8조962억원, 2021년 15조9371억원, 2022년 12조4706억원, 2023년 10조9133억원, 2024년 11조9457억원이다. 지난 2021년 이후 감소했던 벤처투자 규모가 3년 만에 반등한 것이다.

벤처투자 규모 확대는 대규모 정책자금 투입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투입한 금융 규모는 2조4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다. 이중 모태펀드 규모는 1조3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8%, 성장금융은 4058억원으로 14.2% 늘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직접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민간 벤처캐피털(VC)이나 투자조합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민간 부문 투자는 8조1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감소했다. 특히 연기금 및 공제회 투자 규모는 326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2%, 산업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은 2조8721억원으로 31.9%, 개인 투자는 1조999억원으로 23.5% 줄었다. 사실상 정부 예산이 벤처투자 규모 확대를 이끈 것이다.

업계 내에서는 대규모 정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줄어 실질적으로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반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 금액은 10조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결성펀드 수는 811개로 5.6% 감소했다. 벤처펀드는 VC나 운용사가 투자자들(LP)로부터 돈을 모아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모태펀드가 많이 투입돼도 민간투자자가 벤처펀드에 투입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때 모태펀드가 200억원 투입된다면, VC들은 LP들로부터 300억원의 자금을 모아야 한다. 모태펀드가 출자했지만 민간 투자가 없다면, 실제 펀드 결성이 안 되고 스타트업에 투자할 자금이 마련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문제는 어렵게 형성된 투자금이 후기 스타트업에 몰렸다는 점이다. 지난해 피투자기업 업력별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창업 7년 초과 후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6조3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늘어났지만, 창업 3년 이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조243억원으로 17% 감소했다.

업계 내에서는 벤처투자 시장이 여전히 경직돼 자금 회수가 가능한 후기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린 결과라 분석한다. 성장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실적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은 여전히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엑싯 후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위축됐다. 창업자가 안정적으로 자산을 가지지 못한 스타트업은 생존이 어려운 수준”이라며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늘지 않는다면 성장할 기업도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매일일보, 3년 만에 반등해도…“초기 스타트업 투자 늘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