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초기 스타트업…팁스, 구조적 변화 필요

올해 상반기 폐업한 스타트업 10곳 중 9곳이 창업 7년 이하 초기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선정 기업조차 폐업을 피하지 못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팁스 지원 방식과 투자사 선정 구조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10일 스타트업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폐업한 스타트업은 총 88곳으로 지난해 폐업 건수의 약 4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2월 폐업 건수가 급증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폐업 건수는 지난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에서 2023년 125건으로 23.8% 증가했다. 이어 2024년 폐업한 스타트업은 191건으로 전년 대비 52.8% 늘었다.

올해 폐업을 신고한 기업 중 약 92%는 초기 투자 유치 기업으로, 시드 단계 유치 후 폐업한 스타트업이 약 69%로 가장 많았다. 69%에 해당한 기업의 업력은 평균 3년 이하다. 전체 폐업 중 초기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2년 94.1%, 2023년 96%, 2024년 93.2%다.지금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올해도 초기 스타트업의 높은 폐업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팁스 선정 기업도 폐업을 피해가지 못했다. 팁스 선정 스타트업 중 올해 23개 기업이 폐업을 신고했으며, 이는 전체 폐업 스타트업의 약 26%에 해당한다. 폐업 신고 건수 중 팁스 선정 스타트업 비중은 2022년 16%(16건), 2023년 17%(21건), 2024년 20%(23건)로 매년 증가 중이다. 팁스는 민간 투자사와 정부가 협력해 유망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가 먼저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투자하면, 정부가 R&D 자금 등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팁스는 창업 7년 이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주로 지원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실제 팁스 선정 기업의 평균 업력은 2.2년으로, 대부분 창업 3년 이내 극초기 단계다. 높은 초기 스타트업 폐업은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익성이 입증된 후기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린 까닭이다.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 11조9000억원 중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들어간 자금은 2조2000억원 18.6%에 그쳤다. 반면 후기 투자는 6조4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인 53.3%를 차지했다. 팁스 선정 스타트업의 폐업 현황이 알려지자, 중기부는 “고금리·내수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팁스 기업의 폐업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생존율은 1년차가 99.8%, 5년차 93.6%로 일반 신생기업 대비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5년차 기준 팁스 기업 생존율은 일반 신생기업보다 2.7배가량 높고, 전체 창업지원사업 수혜기업보다 1.3배가량 높다”고 덧붙였다.

중기부의 발표에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초기 스타트업 폐업이 높은 상황에서, 팁스 선정 기업이 폐업하는 건 이상할 일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전체 초기 스타트업의 폐업률이 높으니, 팁스 선정 기업 폐업도 그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를 숨기기보다 팁스의 구조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VC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는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도록 팁스로 많은 VC에게 자금을 풀었다. 그 덕에 국내 벤처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불안정한 VC와 스타트업에까지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도 사실”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VC와 스타트업을 가려내는 과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VC업계 관계자 B씨는 “지금까지 정부는 팁스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일부 VC가 뿌려주기식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례가 적지 않다.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찾기보다는 일단 많은 기업에 투자한 후 성공 사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투자사를 골라내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내실 있는 투자사가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팁스를 구조적으로 재정비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받고도 무너지는 기업을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매일일보 :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269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