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벤처투자 3조 육박…대형 창투사 순위도 '지각변동'

1~6월 국내 창투사 벤처투자 2조9128억 '공격투자' IMM인베·우리벤처 등 대약진

올 상반기 벤처·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MM인베스트먼트·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이 적극 투자에 나서며 수년간 큰 변화가 없던 대형 투자사들의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10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국내 창업투자회사의 투자금액은 2조9128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2조6755억원) 대비 8.87%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벤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됐던 2023년(2조2524억원)과 비교하면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2년(4조1529억원)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2021년(3조2240억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AI(인공지능)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난 데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대형 벤처캐피탈(VC) 업계 투자 순위가 크게 달라진 점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상반기 10위권에 들지 못했던 IMM인베스트먼트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1위를 꿰찼다. 투자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552억원에서 올 상반기 1359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었다.그동안 벤처투자 업계 '부동의 1위'였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위로 밀렸다. 지난해 상반기 1700억원 이상 투자했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 6월말 현재 1300억원 미만으로 규모를 줄였다. 두 회사는 AI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포진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달랐다. IMM인베스트먼트가 이승환 부사장을 중심으로 성장 국면에 진입한 창업 3년 이상 7년 미만 중기 단계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했다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박민식 투자2그룹장을 주축으로 창업 7년 이상 후기 단계 기업에 자금을 댔다.


금융그룹 계열 VC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가운데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지난해 상반기 13위에서 올 상반기 3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500억원대 머물렀던 투자금액은 900억원대로 늘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2위에서 올해 4위로 내려앉았지만 800억원 넘는 투자를 단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한벤처투자도 700억원대 자금을 집행하며 6위권에 들었다. 집중 투자분야는 우리벤처파트너스 바이오·의료, KB인베스트먼트 유통·서비스, 신한벤처투자 전기·기계·장비 등으로 차이가 있었다. 2023년 8600억원 규모 메가펀드를 결성해 눈길을 끌었던 에이티넘인베스먼트, 퓨리오사AI 대표 투자사인 DSC인베스트먼트가 5·6위권을 차지했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각각 500억원 안팎 투자를 단행하며 올 들어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3위를 기록했던 인터베스트는 올 들어 투자금이 크게 줄어 10위에 겨우 턱걸이했다.

지난해 상반기 10위권에 있던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SV인베스트너먼트, 스틱벤처스 등은 올 상반기 대거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해 상반기 700억원대에서 올 상반기 400억원대로, SV인베스트먼트와 스틱벤처는 각각 500억원대에서 300억원대로 투자규모가 감소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700억원 이상이던 투자금이 올 상반기 200억원대로 줄어 20위권 밖으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국내 벤처투자 시장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분야 투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7월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8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이는 올 상반기 월 평균 투자액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투자금액이 늘면서 업종도 다양해졌다"며 "AI와 로보틱스, 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한동안 투자가 끊겼던 게임, 농업 등에 대한 투자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 AI' 정예팀 선발 등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 VC 대표는 "그동안 기술력이 있는 딥테크 기업이라도 생존 여부를 확신할 수 없어 투자를 망설여 왔다"며 "하지만 정책 지원과 자금 집행이 동시에 풀리면서 투자 결정이 다소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80609280655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