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돈맥경화 푼다…1,400조 법정기금 투자 입법 확산

민주당 박정 의원 등 연쇄 발의 추진…투자 가뭄 해소 기대
벤처업계 “벤처투자 40조원 공약 실현에 가장 현실적 방안”

1,400조원에 달하는 법정기금 일부를 기술기반 벤처·스타트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토록 하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본격 추진된다. 침체된 벤처 생태계에 자금을 수혈해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 이어, 같은 당 김태년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1000조원이 넘는 67개 법정기금 여유 자금 중 일정 비율을 기술기반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정기금의 5%만 벤처투자에 활용돼도 연간 수십조 원의 공공 모험자본이 시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 의원 법안에는 총 11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박 의원 측은 “기금 대부분이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묶여 미래 지향적인 정책금융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창업과 기술혁신 중심의 국가 비전으로 재정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의원도 더 많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유사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관련 입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향후 당 차원의 논의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벤처업계는 법정기금의 투자 확대가 심각한 투자 가뭄을 겪고 있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11.9조원 규모로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연간 40조원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특히 국내 기술기반 스타트업 대상 투자는 약 35억달러 규모로, 미국(약 3300억달러)의 100분의 1 수준, 일본보다도 3배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법정기금에서 벤처 투자를 의무화하는 것도 (정책적 아이디어로) 고려할 수 있지 않냐”는 발언을 하면서, 경직된 투자 시장 분위기를 반전할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언급하면서 당내 입법 추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벤처투자업계는 법정기금 유입이 벤처 투자 시장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여 민간 자본의 동반 유입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운용수익률 개선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 법정기금은 연 2%대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으나, 현재 정부 모태펀드만 보더라도 자펀드 수익률이 연 20%대에 달한다”며 “오히려 리스크 분산과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전자신문 | https://www.etnews.com/2025071600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