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벤처투자 절반 줄였지만… AI·드론 등 혁신기업엔 진심

주요 증권사 10곳, 지난해 스타트업·벤처기업 1571억원 투자 집행
KB證 AI 기반 덴탈차트 10억, 한투 드론 제조업체에 30억 투자
상장 염두에 둔 투자 IPO 주관수수료, 투자수익 실현 가능

증권사들이 벤처투자 감소에도 인공지능(AI) 등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투자한 업종은 AI 기반의 드론·의료·3D프린터 등 다양하다. 증권사들이 이러한 비상장사 투자에 나서는 건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를 따내고 상장 후 엑시트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의도다. IPO 시장이 최근 활기를 띤 가운데 ‘선(先)학개미’ 투자 길잡이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 10곳이 비상장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한 규모는 총 1571억원(50건)으로 집계됐다. 주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상장사에 투자금이 향했다. 20일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 10곳(미래에셋·한투·NH· 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대신)이 비상장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한 규모는 총 1571억원(5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3755억원(101건)과 비교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증권사별로 보면 521억원(19건)에서 605억원(11건)으로 16.1% 늘린 KB증권을 제외하고 모두 줄였다. 뒤를 이어 하나증권 277억원(9건), 한국투자증권 234억원(11건), 삼성증권 155억원(4건), 미래에셋증권 132억원(5건), NH투자증권 78억원(6건), 메리츠증권 57억원(1건), 대신증권 22억원(1건), 신한투자증권 11억원(1건), 키움증권 비공개(1건) 등의 순이었다. 증시 침체, 고금리·고물가 등 업황 악화로 투자금 규모를 줄이긴 했으나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주로 AI·디지털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상장사에 향했다.KB증권은 AI 회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2월 10억원 규모의 ‘덴컴’ 보통주를 사들였다. 덴컴은 음성인식 AI 기반 치과용 차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2027년 IPO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 ‘시즐’에 대해서도 작년 10월 RCPS(상환전환우선주) 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금융 IT 인프라 구축 서비스 업체 ‘씨씨미디어서비스’에도 5억원 출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기반 여러 산업에 투자했다. 산업용 드론 제조업체 ‘프리뉴’의 RCPS를 3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특화된 반도체 기반 보안 솔루션 업체 ‘시큐리티플랫폼’에 30억원을 투자했다. AI 자율제조 솔루션 업체인 ‘인터엑스’엔 20억원어치 RCPS를, AI 기반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업체 ‘라이드플럭스’엔 10억원어치 RCPS를 각각 사들였다.

하나증권도 AI 기반에 집중했다. 영화·드라마 제작사 ‘씨제스스튜디오’에 3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자율주행 보안 및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아우토크립트’에 10억원 투자했다. 스마트 스피커에 활용하는 딥러닝 QA(품질보증) 시스템을 제공하는 ‘포티투마루’에도 3억원 넣었다.  삼성증권은 제조업 제품 불량품 검출을 자동화하는 AI 머신 비전 시스템 업체인 ‘아이브’와 가상 데스크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이머스트’에 10억원어치 주식을 각각 매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 ML Ops 솔루션 ‘베슬에이아이’에 20억원,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노타’에 12억원을 넣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스마트팜 토탈 솔루션 ‘퍼밋’에 1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증권사들이 비상장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유망 기업을 미리 투자해 상장 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통상 비상장사의 경우 투자해 준 증권사에 상장 주관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IPO 성공 시 증권사는 주관수수료 수익과 매매 차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염두에 두고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지분투자를 병행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며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상장을 완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고 주관사는 상장 후 차익을 낼 수 있어 서로 윈·윈이다”고 말했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7월 마녀공장 주식 30억원어치를 매입해 상장 주관사를 맡으며 이듬해 6월 상장을 이끌었다. 매각 시점을 알 수 없어 매매 차익을 정확히 환산할 수 없으나 상장 6개월 후인 2023년 말 주가를 고려하면 약 100억~110억원 차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증권의 크래프톤, NH투자증권의 에이프릴바이오, 신한투자증권의 더블유씨피 등도 상장 전 지분을 매입해 상장 주관을 맡고 상장 후 차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증권사 비상장 투자 동향이 선학개미(비상장주식 매입 개인투자자) 투자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상장할만한 유망 회사를 고르기 때문에 비상장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또는 서울거래 비상장 등 플랫폼에서 비상장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전환우선주(CPS) 3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고 비바리퍼블리카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상태다.

출처 :  IT조선,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3092138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