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생태계 키운 ‘모태펀드’ 2년 내 종료?…근심 커진 벤처家

지난 2005년 결성해 국내 벤처에 총 31조7996억원을 투자하는 등 벤처 생태계를 키운 ‘모태펀드’의 신규출자가 2년 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모태펀드 사업이 2035년 종료되지만, 통상적으로 펀드 운용기간이 8년이란 것을 감안하면 2027년 이후 모태펀드의 신규출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안정적 벤처투자재원 역할을 해 온 정부의 모태펀드 사업이 중단되면, 벤처·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이 확대될 수 있다. 국정 혼란으로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의 수장 공백이 장기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특별법)’에 근거해 지난 2005년 결성된 정부 모태펀드는 고위험 영역인 벤처에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 역할을 했다. 정부가 모태가 되는 자금을 벤처캐피털(VC) 펀드에 출자하고, 이후 VC들이 민간 자본을 유치해 펀드 규모를 키워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이런 모태펀드는 그동안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며 국내 벤처 투자 시장 활성화에 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모태펀드 조성액은 9조8617억원으로, 다양한 영역의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지원했다. VC가 실제 10만232개 중소·벤처기업에 총 31조7996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벤처기업특별법에 따라 정부 모태펀드 사업은 2035년 종료된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통상 벤처 펀드의 운용기간이 8년이란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질적 운용기간(8년)을 고려해 역산하면 2027년 이후부터 모태펀드의 신규출자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모태펀드가 2027년 벤처 펀드에 출자하면, 그 펀드가 8년 동안 존속하므로 2035년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28년 모태펀드가 출자한 벤처 펀드는 운용기간을 더하면 법적 존속기간인 2035년을 넘어 실제 펀드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VC 관계자는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은 정부의 정책자금 비율이 약 40%로 높기 때문에 그 핵심인 모태펀드가 빠진다면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및 산업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모태펀드 존속기간과 관련 시장 혼란이 없도록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모태펀드의 역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이어 “모태펀드가 그간 스타트업 육성과 벤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향후 역할과 관련 정책적 방향을 정할 시기가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 수장 공백 장기화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국벤처투자는 유웅환 전 대표가 2023년 11월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대표이사 없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벤처투자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진행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을 촉발하면서 한국벤처투자 대표 선임 절차도 미뤄졌다. 현재 한국벤처투자는 신상한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는 2025년 중순 이후 어느 정도 국정 혼란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국벤처투자 차기 대표 선임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는 이런 상황을 인지, 모태펀드 존속기간 만료를 대비한 중장기 운영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중기부 측은 “벤처기업특별법상 모태펀드 존속기간은 2035년이고 실제 펀드 운용기간 역시 2035년까지라는 법적 해석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