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직역단체가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를 줄줄이 예고했다. 대부분 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이다. 스타트업들의 ‘영역 침범’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트업 vs 변협…이번엔 AI서비스 충돌로

9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용 AI 서비스인 ‘AI 세무사’를 이달 출시한다. 방대한 양의 예규 및 판례, 세무사사무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민원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시켰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세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축돼야 한다는 원칙 아래 기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세무사회는 별도 AI기술연구소도 설립할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자체적으로 법조인 전용 AI 개발을 준비 중이다. 변협 회장으로 선출된 김정욱 당선인은 법조인만 이용할 수 있는 AI 법률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공인회계사회도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회계·세무 분야 전문 AI 서비스 ‘챗CPA’를 이달 초 선보였다.

스타트업들이 이미 전문가 보조 AI 서비스를 사업화한 상황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법률 부문에선 로앤컴퍼니의 슈퍼로이어와 엘박스AI가 대표적이다. 세무 회계 분야에서도 더존비즈온 등이 AI를 적용한 세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두고 오랜 다툼을 벌인 직역단체와 스타트업들이 이번엔 AI를 두고 새로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들이 회원에게 민간 서비스 대신 협회가 개발한 AI 활용을 사실상 강요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스타트업 넥서스AI와 협력해 일반인 대상 AI 챗봇을 내놨다가 변협 징계를 받았다. 소비자가 AI 서비스에 기대기 시작하면 변호사 세무사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플랫폼 갈등이 한창일 때도 주요 직역단체는 민간 플랫폼에 대항해 협회발 플랫폼을 쏟아냈다.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변협이 구축한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 웹 방문자는 1만6900만 명. 민간 플랫폼인 로톡(97만9100명)의 58분의 1 수준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협회 특성상 담당자들이 창업자처럼 열정을 쏟기 어렵다”며 “기술력도 민간보다 낮아 자체 AI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회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